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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K | 검은 파도
    COLLABORATION/WRITING 2018. 12. 28. 11:32

    📌가리는 소재가 있거나 특정 소재에 트리거가 있다면 열람 지양을 권장합니다. ―자살 시도 등

    📌본편의 (한시적) 쌍흑 부활 이후, 종종 만났다는 전제.

    📌다자이의 상태가 썩 좋지 않습니다.

    📌나카하라라고 파릇파릇하지도 않습니다.

    📌오다에 대한 언급有.

    📌아무 내용 없이 추야가 따자 건지는 내용 2천 자 서술해놓은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경고문 쓸 때만 해도 몰랐는데 다 쓰고 나서 보니까 생각보다 더 찌질하고 음침하고 지저분한 느낌… 여하튼 구려요ㅠ 

    ♬ https://youtu.be/Acv8deK5Rok



    사람의 체향은 워낙 천차만별에 개개인이 갖고 있는 고유의 것인지라, 각각의 특성은 진귀하다. 요컨대 죽은 친구가 사용하던 세제를 다자이 오사무가 사다 써본다 한들 생전의 향기를 다시 들이킬 수는 없으리라는 것이다. 다만 망자가 꾸던 꿈의 향기를 좇아 바다내음을 맡고 책을 펼쳐 들어 만년필의 은은하게 퍼지는 잉크 향을 느끼며, 죽어갈 수는 있을 터. 다자이 오사무는 바다를 찾았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날의 바다가 지닌 울적한 분위기와 음산한 파도는 사람의 영혼이고 삶의 의지고 뭐고 모조리 앗아갈 것만 같은 기분마저 들게 하는 묘한 향을 철썩철썩 뭍으로 밀어 올린다. 새까만 물이 출렁이는 모습을 잠자코 앉아 지켜보고 있다 보면 신기루 같은 희끄무레한 인영이 보이기도 하는데, 다자이는 곧잘 그 형체가 죽은 친구를 닮았노라고 생각하곤 했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삶을 건네준 친구의 모습이 하염없이 흔들리고, 그건 제 몸이 휘청여서인지 밤의 물이 보여주는 착각인지 알 수 없다. 이리저리 나부끼는 백색의 빛이 마치 따라오라며 손짓하는 모양새 같다고 느끼기라도 했는지 그날 밤, 다자이는 친구의 부름에 응하기로 했다. 별다른 결심이나 굳건한 의지 같은 게 필요하지는 않았다. 친구니까. 그뿐이었다.


    다자이 오사무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다시. 그 자식은 방랑벽이 있는 건지 이리저리 도망치는데 취미가 있는 건지, 그저 나를 갖고 노는 게 즐거워 다시 한 번 질 나쁜 장난질이나 선사해줄 요량인지. 나카하라 츄야는 파트너의 행선지를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파트너로 지내는 동안 보고 느낀 게 얼마인데. 창밖엔 비가 오고 날은 춥다. 물 속이라면 체온을 잃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마지막 연락이 그리 오래진 않았으니, 죽기야 하겠어. 사실상 상정할 필요도 없는 게 다자이 오사무의 죽음이지 않던가. 나카하라는 부하를 시켜 담요와 보온병에 물을 담아 챙기라는 짤막한 지시를 내리며 제 코트를 걸쳤다.


    매섭게 파도치던 수면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먹이를 앞에 둔 노련한 사냥꾼처럼 숨죽여 사냥감을 지켜보는 흑색의 바다가 일렁, 일렁 다자이 오사무를 천천히 집어삼켰다. 제 몸을 휘감는 소금물의 더 깊은 곳으로 움직이던 다자이 오사무의 새까만 머리통이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검은 물로 걸어 들어간 검은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바다는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부른 포식자의 포효처럼 그르렁대는 파도는, 검은 파도는 죽음을 닮았다.


    굳게 닫힌 차창을 두드리는 빗방울의 경쾌한 리듬을 시작으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때아닌 불청객을 반길 여유가 나카하라에게는 없었으나, 비 오는 날의 냄새와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소리는 불쾌한 잡념을 이끌어내곤 했다. 한창 서류에 몰두해도 모자랄 판에 쓸데없는 기억이나 곱씹고 앉은 스스로가 우스워 들어오지도 않는 글자 뭉치를 치우고 눈꺼풀이나 지그시 눌러본다. 담배를 꺼내려다 환기를 시킬 수 없는 비 오는 날의 차 안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만둔다. 피곤한 눈꺼풀은 금세 내려앉고, 잠은 오지 않는다. 그날과 비슷하다, 밖엔 비가 내리고, 흡연자는 일을 하고, 네 친구가 죽고 너는 사라졌던 그 날과.


    물기 어린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창밖에 시선을 두어 번 던진 나카하라는 곧, 다자이가 메모지 두어 개만 붙여줘도 수월하게 끝날 골칫덩이에 고개를 파묻었다. 차는 빗길을 달려 마피아의 간부를 고즈넉한 바닷가 앞에 대령했고 그곳에는 술 한잔이 남겨져있었다. 그리고 얄팍한 친절―와인을 보고 나카하라는 이게 무슨 같잖은 짓거리인지 잠시 고민했다―이 정확히 나카하라를 겨냥하고 있는 모습에 혀를 한 번 차준 단신의 남자가 코트를 내려놓고 물에 뛰어들었다. 파도는 차분했고 비는 조금 잦아들어 추적추적 내렸다.


    짧게 뱉어내는 숨과 함께 공기를 들이 쉰 남자가 축 처진 원수를 뭍으로 집어던졌다. 이 빌어먹을 파트너의 뺨이라도 치고 싶지만 아무 의미 없음을 알기에 담요를 얹고 작지만 탄탄한 몸에도 담요를 두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콜록대며 소금물을 뱉어낸 다자이가 구시렁대는 모습에 나카하라는 형형한 눈빛을 쏘아붙이고는 곧 다자이를 끌어 차에 구겨 넣은 뒤, 따라 탄다. 기분 나쁜 입을 열어올까 파트너를 외면하고 밖의 풍경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나카하라를 다자이의 새까만 눈이 조금, 오랫동안 응시했음은 앞좌석에서 운전하던 나카하라의 부하도 눈치채지 못했다.


    다자이 오사무가 정신을 차리고 본 것은 새까만 바다가 자동차 전조등의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었고, 나카하라는 물에 절은 다자이가 번들번들 빛나는 모습을 봤다. 물론, 다자이가 물속에서 공기방울이 빛나는 가운데 나카하라의 붉은 머리칼이 부유하는 것을 본 게 더 먼저였다.


    드물게, 입을 다물고 목적지까지 얌전히 실려온 다자이가 차에서 쫓겨났고, 나카하라는 돌아가 밀린 업무에 골치를 앓을 것이다. 그러면 다자이는 세 시간쯤 뒤 나카하라의 거주지에 슬금슬금 기어들어가 술 몇 병을 갈취하고 메모지 몇 장을 던져주면 될 것이다. 전혀 고맙지 않았고, 그 민달팽이는 언제나 완벽한 방해물이었으나, 앞으로도 나카하라 츄야는 다자이 오사무의 파트너일 것이므로. 같잖은 변덕이나 부려 의심스러운 호의를 베풀어보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다시" 뒷심이 부족한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네요ㅠ 그럴 가능성은 0에 수렴하지만 만일 수정이 들어간다면 수정본은 이쪽에서: http://posty.pe/im3nw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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