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ABORATION/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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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 | orionCOLLABORATION/WRITING 2018. 12. 30. 11:35
눈을 깜빡, 하고 떴다. 마른세수를 하며 부스스 일어났다. 침대에 걸터앉아 아침 햇살을 맞는다. 욱신 아파오는 머리에 다자이는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속이 울렁거려 기분이 편하지 않았다. 무언가가 제 안에서 턱 막혀있는 듯한 거북한 느낌에서 풀려나고 싶었다. 깊은 한숨을 쉬며 혹시 물을 마시면 조금 나아질까, 하며 침대에서 내려가려던 참에 저를 붙잡는 고사리 같은 손. "..어디 가..." 따스한 홍차 빛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제 옷자락을 꾹 붙잡고 있었다. 아직 잠이 다 깨지 않았는지 비몽사몽한 그의 모습에 푸흐, 하고 작게 웃음이 나와버린다. 비웃지 말라며 툴툴거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다자이는 저도 모르게 그를 품속에 쏙 넣어 꼭 안아버렸다. "츄야, 내가 그렇게 좋아?" 대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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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トゥールCOLLABORATION/WRITING 2018. 12. 30. 11:31
내가 그의 도구였었던가.아니. 아니었어, 당신은.진실된 말을 하지 않는 아이는 거짓말쟁이.너도 그 사람의 진실이 되지 않게 조심해 아이야. https://youtu.be/7pirFsqx9H8 때는 츠시마 슈지가 15살 때의 이야기. 아니, ○○○ ○○○가 15살 때의 이야기. 그 아이는 한 의사와 친했는데, 그 의사의 이름은 모리 린타로. 아니, ○○ ○○○. 오래 전 이야기인지라, 아이도, 나도, 그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서술자가 그저 그들 사이에 낀 제 3자여서 그런 걸지도. 그 의사는 그 아이의 재능을 일찍 알아보았다. 아니, 아이에겐 재능이 없었다. 살아갈 재능이라던가, 그런 것들. 그럼에도 그는 그 아이의 재능을 알아보았다. 그것은 남의 생명을 앗아가는 재능이었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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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베 | 다시 한 번 불꽃을 보러 가자COLLABORATION/WRITING 2018. 12. 30. 11:27
Music - 쏘아올린 불꽃打上花火 ※영화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와는 무관한 전개입니다. ※오다의 죽음에 관한 묘사가 있습니다. 다자이의 자살에 관한 묘사가 있습니다. (익사 등) 바다에 노을이 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술을 마시고 있다. 모두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바다에 비쳐 자신을 뽐내며 사라져가는 노을빛이 저에게는 핏빛으로 보인 건 어째서일까, 손에 들린 글라스를 내려놓았다. 파도 소리에 귀를 귀울이며 눈을 감았다. 파도 소리, 바다 내음. 네 셔츠의 비린내가 난 것 같기도 했다. 피비린내와 물비린내. 어쩌면 네가 바다를 좋아한 이유는, 바다에서는 잠시나마 못된 기억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마음대로 생각해버렸다. 저 멀리서는 아이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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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 | 망상감상대상연맹COLLABORATION/WRITING 2018. 12. 30. 11:25
-류님의 '서광의 선율' 합작에 참여한 글입니다. -DECO*27님의 노래, 망상감상대상연맹을 기반으로 한 소설입니다. -가사의 모든 번역은 제가 하였습니다. -한 부분 한 부분의 내용에 가사가 녹아 있습니다. 노래를 아시는 분이시라면 가사를 떠올리시면서 읽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유튜브 본가 : https://youtu.be/8pGRdRhjX3o -니코동 본가 : http://nico.ms/sm30067009 #__ * 0 : 10 -------------------------------------------------------------------------------- “다자이, 좋아한다.” 아, 결국 말해버렸다. 너를 보고선 장밋빛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려 했다. 절대 들키지 말아야겠거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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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섬 | 겨울바람에 흩날리는 글자COLLABORATION/WRITING 2018. 12. 30. 11:22
※ 이 글에는 캐릭터붕괴 요소가 있고, 담배가 나옵니다. 혹시 싫으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누르시기 바랍니다. 특전 ‘ 다자이, 츄야. 15세 ’ 스포일러 요소가 존재합니다. ※ 바람이 적당히 흩날리는 초겨울이었다. 나카하라는 외투를 흩날리며 걷고 있었다. 반만 드러난 팔의 맨살에 닿는 바람이 춥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밤하늘은 잠든 상태였다. 무슨 이유로 성내고 토라져 버린 건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밤길을 비춰주지 않는 하늘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새삼 생각해보면 달은 자기 맘대로인 것 같았다. 혼자 기분이 좋으면 꽉 찬 보름달로 모습을 보이고, 기분이 안 좋으면 몸이 갉아 먹힌 채로 보인다. 아예 안 보이는 때도 있다. 본인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게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제멋대로인 어린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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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섬 | 기울어진 술잔COLLABORATION/WRITING 2018. 12. 28. 11:49
※ 주의 : 이 글에는 캐릭터 붕괴 요소가 존재합니다. 이 요소를 지양하시는 분들은 읽음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지끈거리는 머리를 안고 다시 엎드렸다가 고개를 부스스 드는 걸 반복했다. 최근에 머리가 띵하고 눈앞이 핑 돌 정도로 술을 마신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 있다 한들 본인이 기억 못 하는 거겠지만. ─ 이마에 닿는 붕대의 부드러우면서도 까끌까끌한 감촉이, 오히려 편안함을 주곤 했다. 말없이 걸상을 바라보다가 술잔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살짝 녹아서 물방울이 겉도는 부자연스럽게, 어쩌면 비현실적으로 동그란 얼음이 오사무의 손을 맞이했다. 오사무의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손가락의 끝은, 얼음을 아주 살짝 녹였다. 컵 겉면에 고여있던 수분은 이내 스륵 떨어지더니 받침대에 뉘어졌다. 기지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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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월 | 상흔傷痕의 영榮COLLABORATION/WRITING 2018. 12. 28. 11:47
여느 때와 같은 저녁이었다. 여전히 탐정사에서 신입을 맡고 있는 아츠시는 사무실에서 휴대폰을 붙들고 앉아 있었다. 벌써 여섯 번째 전화이건만, 아츠시가 통화를 시도한 휴대폰의 주인은 통 전화를 받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 사람―다자이 씨의 성격에 귀찮은 전화를 받고 싶지 않다면 아예 전원을 꺼버리지 않았을까? 아츠시는 머릿속에 맴도는 이 한 가지 의문 탓에 괜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결국 턱을 눌러 잡던 손가락이 다시 한번 다자이의 전화번호를 꾹꾹 누른다. 신호음이 한참을 울리지만 여전히 통화는 연결되지 않는다. 혹시 또 입수하셨나, 싶은 생각에 아츠시가 끄응 앓는 소리를 했다. 강물에 빠졌다면 휴대폰이 망가져 애초부터 신호가 가지 않았을 텐데. 그는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에서 귀를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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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 낙원COLLABORATION/WRITING 2018. 12. 28. 11:44
야옹. …. 야옹. …. 고양이입니까? 보다못해 말을 꺼냈다. 눈 앞이 점멸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야를 괜히 돌려가며 머리를 쓸었다. 가까운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바닥을 손 따위로 쓰는 소리인지 잘못 나온 웃음소리인지 구분이 안 된다. 늘어진 손을 들어 반대쪽 손등을 쓰다듬었다. 손 끝이 차가워 똑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손바닥을 말아 손 끝을 감쌌지만 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멎었다. 예, 아니오, 확실한 대답이 해답이 된다는 걸 모르는 듯 돌아오는 대답 또한 없었다. 입 안이 바싹 말랐다. 뒷목이 간질거린다. 텅 빈 공간에 두어 번 울리던 목소리조차 이질적인 기분이 들 때 즈음 하나의 음성이 흘렀다. 이런 꿈 속에서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다. 고양이입니다.* 이름은? 이름은 없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