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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틸 | 달려서
    COLLABORATION/WRITING 2018. 12. 28. 11:43



     ‘조금만 더 가면...!’

     요코하마의 골목과 골목을 한 사내가 달리고 있었다. 그는 다갈색 더벅머리를 가졌고, 베이지색 롱코트를 입고 있었다. 다자이란 이름을 가진 그 사내는 무엇이 급한 것인지 숨이 찰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츄야, 이제 끝났다네!” 다자이는 자신이 츄야라고 부른 남자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온몸에 붉은 무늬를 띄고 이리저리 날뛰고 있는 츄야의 손목을 붙잡았다. 순간, 츄야의 힘이 풀린 것인지 다자이의 품으로 떨어졌다.

     “자네 괜찮은가?”

     “커흑... 빨리 좀 오라고 이 새끼야.” 츄야는 피를 토해내며 다자이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주먹을 뻗어 다자이의 얼굴에 날렸다. 하지만 오탁의 여운 때문에 결국 다자이에게 닿지는 못 했다.

     다자이는 츄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츄야, 정말 미안하다네. 자네가 어디 있는지 한참 찾았거든. 앞으로는 빨리 달려오도록 하겠네.” 다자이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어라라... 기절한 건가?” 다자이가 말을 마친 후 츄야를 보았을 때, 츄야는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기절한 츄야를 앞에 두고 다자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금방 결론을 내린 다자이는 감았던 눈을 뜨고 츄야에게 손을 뻗었다.

    “무거워, 무겁다고. 츄야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인가.” 다자이는 츄야를 등에 업고 걸어갔다. 가는 도중에도 다자이는 계속 투덜거렸다. “내가 왜 츄야를 업고 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군.” 자넨 나한테 빚진 거라네~! 그리고 이 말을 마지막으로 침묵이 흘렀다. 얼마 안 있어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가게들 안에서 떠드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침묵을 깼다. ‘간지러워.’ 사람들의 말소리가 줄어들자 츄야의 숨소리가 다자이에게 또렷하게 들렸고 다자이의 등에 업힌 츄야가 규칙적으로 들이쉬고 내쉬는 숨이 다자이의 목 언저리를 간지럽혔다. 순간 다자이는 움찔거렸다. 신기하게도 잠에 깊이 들은 츄야는 아직까지도 깨지 않았다.

     그 침묵 속에서 다자이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웃긴 기억을 떠올렸는지 다자이는 빙긋 웃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비록 지금과는 다르지만 옛날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네. 자네 기억나는가?”, 마치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다자이는 자신의 등에 업혀있는 츄야에게 말했다. “그때는 자네가 나를 업어주었다네. 다리를 다친 나를 업고 의무실로 뛰어갔지, 아마? 그 당시에 우리는 어려서 키 차이가 안 났지만 자네 힘이 워낙 세니 나를 한 번에 업더군. 좋게 포장해서 업었다고 한 거지 자네는 나를 질질 끌고 갔었다네. 나는 그때 진심으로 놀랐네. 자네가 나를 정말로 업을지 몰랐거든. 내 울타리를 허물지도 몰랐고 말이네.” 다자이는 아주 기뻤다는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기뻤다. 하지만 다자이의 계속된 혼잣말에도 츄야는 깨지 않았다. 아마도 다자이는 츄야가 깨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말한 것 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다자이는 자신의 마음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다자이는 벌써 츄야의 자택에 도착했다. 다자이는 침실에 츄야를 눕혀 놓고 그 집을 나왔다. “자, 그럼 잘 자고 내일 보세.”



     “뭐냐...” 츄야는 지금 자신의 집에 침실에서 깨어났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몰랐으나 ‘잘 돌아왔으니 된 건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내가 잠옷을 갈아입었나... 기억 안 나는데. 하하, 설마 아니겠지?” 츄야가 말하자마자 휴대폰 벨소리가 들렸다. 띠리링, 띠리링. 츄야가 사적으로 사용하는 휴대폰이었다. 휴대폰 화면을 본 츄야는 “윽.”이라고 반사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가만히 있던 츄야는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굿모닝~ 츄야.”, 다자이였다.

     “아침부터 뭔데 전화질이야...” 츄야는 온갖 인상을 다 쓰며 말했다.

     “목소리가 그게 뭔가... 아무튼, 내가 어제 자네를 집까지 데려다 놨는데 알고 있는가?”

     “그게 뭐, 왜, 뭐.”

     “그래서 말인데 오늘 나랑 놀지 않겠는가, 츄...”

     “꺼져. 지금 네가 내 아침을 뺏고 있는 건 아냐?” 츄야는 다자이의 말을 끊고 욕을 하며 말했다. 그럼에도 다자이는 츄야에게 계속 말했다.

     “츄야, 정말 나랑 놀지 않을 것인가? 내가 자네를 버리지 않고 도와줬는데도?” 다자이는 상처 받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 그건 고마운데 내가 왜 너랑 놀아야 하냐고. 그거도 내 꿈같은 휴가에!”

     다자이는 츄야에게 계속 놀자고 했지만 츄야는 꺼지라고 하며 욕을 해댔다. 계속된 말다툼을 다자이가 끝냈다.

     “음... 알겠네. 그럼 끊겠다네.” 다자이는 전화를 걸었던 것처럼 멋대로 전화를 끊었다.

     이에 츄야는 다시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아! 지가 뭔데 전화를 끊네, 마네야! 아침부터 화나게 이게 뭐냐고...” 다자이의 행동에 열 받는 츄야는 들고 있던 휴대폰을 던져버렸다. 우연히 방석 위에 떨어진 츄야의 휴대폰은 점점 열기를 잃더니 차가워졌다.

     “그래, 모처럼 받은 휴가인데 다자이의 페이스에 말려들 수는 없지 않냐? 얼른 나가봐야겠다.” 츄야는 혼잣말을 하며 밖에 나갈 준비를 끝냈다. “설마 그 새끼를 만나겠어?”



     밖을 나온 츄야는 거리를 걷다가 분위기 좋을 것 같은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에 자주 오지 않는 츄야는 카운터에서 눈에 짚이는 음료 아무거나 주문한 후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았다. 카페에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일하러 온 사람, 책 읽는 사람, 대화를 나누는 사람 등. 츄야는 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주문한 음료가 나온 후에도 그 사람들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츄야는 흥미로웠다. 자신과는 다르게 그들 나름대로 분주하게 살아가는 것이. ‘따분할 정도로 평범해.’ 특별해. 츄야는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과 다르게 말했다. 츄야는 다시 아무 생각 없이 카페 안에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 이제 나갈까?” 츄야는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츄야의 손에는 아직 다 마시지 못한 음료가 있었다. 나가면서 아직 다 마시지 못한 음료를 버렸다.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다 마시지 못했을 음료였으니까.

     “이제 뭐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츄야는 카페 근처 공원에 들렀다. 그 공원에는 언제 봐도 멋진 분수대가 있었다. 그리고 분수대 위에는 동상이 있었다.

     “밤에 봤을 때는 몰랐는데 이 동상 표정이 꽤 즐거워 보이잖아.” 어린아이들도 많고. 생각은 거기서 멈췄다. 츄야의 눈 앞에 아쿠타가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 츄야 씨.” 아쿠타가와가 고개를 까딱 숙이며 말했다.

     “어, 아쿠타가와? 너, 임무 중인 건가?”

     “네, 츄야 씨를 경호하라는 보스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나를? 보스께서는 대체 무슨 생각이신 건지.”

     “정확히는 잠복해 있다가 위험인물이 나타나면 몰래 제거하라고 하셨습니다.”

     “어쩐지 누가 몰래 따라오는 느낌이 든다 했다.” 츄야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게 대체 누굽니까? 소생이 가서...”

     츄야는 아쿠타가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 너 말이야, 너.”

     “... 그렇습니까. 그럼 소생은 다시 잠복하러 이만.” 아쿠타가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잠복해 있었다.

     츄야는 한숨을 쉬었다. ‘어째서 내 주변에는 저런 놈들만 엮이냐... 하아, 이놈의 인생.’

     츄야는 다시 공원을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흠칫. 누군가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 ‘아쿠타가와, 그 녀석은 아닌데... 그럼 누구란 거지? 기분 탓인가.’ 츄야는 조금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느낌상으론 떼어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누군데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생각해보니 공원부터 따라다닌 게 아니었다. 집을 나왔을 때부터 누군가 츄야를 따라다녔다. 그건 아마도 아쿠타가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페부터 두 명이 츄야, 자신을 계속 주시하는 게 느껴졌었다. 츄야는 생각을 하며 빠르게 걷다가 물총놀이를 하던 아이와 부딪혔다.

     “앗. 꼬맹아, 괜찮니?” 츄야는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네, 전 괜찮아요. 그보다 형아 옷이 젖었는데... 죄송해요.” 아이는 곧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얼굴로 말했다.

     “아, 상관없단다. 네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네. 그럼 재밌게 놀아라.” 츄야는 빙긋 웃어주며 말했다.

     츄야는 젖은 옷을 힐끗 보더니 두 손으로 꽉 짰다. 물이 뚜두둑- 떨어졌다. 그때 츄야의 등 뒤로 한 인영이 나타났다. 등 뒤로 누군가 다가온다는 것을 모르는 츄야는 계속 물을 짜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하지 않겠나, 츄야?” 츄야의 귀 가까이에 입을 대어 말했다.

     “으악! 야 이 새끼야, 네가 왜 여기 있냐?” 츄야는 다자이를 한 대 때리며 물었다.


     “그야 츄야를 따라다녔으니까 여기 있지 않겠는가? 아아, 멍청한 츄야는 누가 따라오는지도 몰랐겠구나.” 다자이는 얻어맞은 배를 감싸며 츄야를 놀려댔다.

     “하, 또 이 새끼가...” 츄야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욕을 했다.

     다자이는 츄야의 손목을 잡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 뒤에서는 당연히 욕을 해대는 츄야가 따라갔다. 그렇게 다자이와 츄야는 계속 달렸다.

     “야! 어디 가는 거냐. 나 옷도 젖었다고.”

     “옷은 여름이니까 금방 마르지 않겠는가? 그리고 우리가 가는 곳은... 여기라네!” 다자이는 츄야의 손목을 어떤 건물 앞에 멈췄다.

     “식당...?” 츄야는 왜 여기를 온 거냐는 듯이 말했다.

     “응, 레스토랑이라네! 자네랑 밥 먹으려고 미리 예약해뒀다네. 물론 츄야 이름으로.”

     “야, 이 새끼야!” 츄야는 다시 다자이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당연하게도 다자이는 그 주먹을 피했다.

     “마지막 말은 농담이라네... 밥 먹으려다가 황천길에 오를 뻔했군...” 다자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츄야를 이끌고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 다자이 오사무로 예약했습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웨이터가 다자이와 츄야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왔다.

     “이거 하나 주시고, 츄야는 뭐 먹을 건가?”

     “아무거나.”, 츄야는 지금 모든 게 불만스러웠다.

     “그냥 예약할 때 말했던 거 부탁드리겠습니다.”

     츄야는 음식을 주문하고 있는 다자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혼자만의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다자이는 항상 자기 멋대로 행동했고 그 때문에 츄야는 끌려 다녔다. 츄야가 조금이라도 멋대로 하면 바로 다자이가 제지하였다. 츄야가 어디서 무얼 하든 항상 다자이가 달려와서 모두 방해하고 막았었다. 어떻게 시작할지 정하는 사람은 다자이였고 어떻게 끝날지 결정하는 사람도 다자이였다.

     “자네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기에 표정이 그 모양인가?” 다자이가 푸흐흐 웃으며 말했다.

     츄야는 천천히 입술을 뗐다. “하나만 물어보자.”

     “그래, 뭐가 궁금한가?”

     “나를 언제부터 따라다닌 거냐?”

     “... 카페에서부터.” 다자이는 순간 뜸 들였다. 츄야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이어서 물었다.

     “거짓말하지 말고 제대로 말해야지. 안 그러냐?” 츄야는 다자이를 쳐다보았다. 다자이는 뻔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됐다.”


     다자이와 츄야가 말을 주고받는 동안 주문했던 음식이 나왔다. 나온 음식들은 모두 츄야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덕분에 츄야는 짜증 났던 기분이 조금은 날아가는 듯했다. 다자이는 츄야가 먹는 모습을 보며 웃었다. 어느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살짝 입 꼬리가 올라갔다 내려왔다.

     “자, 그럼 이거로 오늘 츄야는 나랑 노는 거라네!”

     “아아, 또 말려들었어.” 츄야는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일단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는 게 어떤가, 츄야!” 다자이는 츄야를 끌고 레스토랑에서 나왔다.


     다자이와 츄야는 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들이 사는 요코하마이지만 다자이는 숙소에서만 지내고 츄야 또한 임무 때문에 요코하마의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은 꽤 흥미 있는 일이었다. 신기한 가게가 있으면 들어가서 물건을 구경하기도 했다. 츄야는 어느 서점에 들어가 보았다. 다자이는 못마땅했지만 츄야를 따라 들어갔다. 츄야는 책을 집었다 펼쳐보기도 하고 다시 내려놓았다.

     “츄야, 서점은 왜 온건가?” 다자이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츄야는 책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냥. 지금 아니면 여기 올 일 없을 것 같아서. 이만 나가자.”

    “...?”


     서점을 나온 다자이와 츄야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신기한 가게들이 많았다. 츄야는 그렇게 느꼈다. 걷다 보니 스티커 사진 뽑는 기계가 보였다. 다자이는 바로 츄야에게 찍자고 했다. 츄야는 마지못해 그러자고 했다. 다자이는 츄야의 손목을 잡고 바로 찍으러 달려갔다. 츄야는 한숨을 쉬며 끌려갔다.

     츄야는 다자이와 같이 스티커 사진을 찍었다. 다자이와 찍은 사진이 나오자 츄야는 바로 웃었다. 웃을 수밖에 없는 사진이었다. 다자이는 그 사진을 보고는 얼굴을 얼굴을 찡그렸다. 다자이 자신의 얼굴이 너무 이상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와아, 너 사진발은 왜 이렇게 안 받냐? 푸풉. 너 지금까지 만난 여자들은 뭐야. 아, 하핰핰.” 츄야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웃었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었다.

     “그만 웃게나! 아아, 내가 츄야의 웃음거리가 되다니.” 다자이는 좌절하며 사진을 빼앗아 주머니에 넣었다.

     “큭큭큭. 야, 이제 어디 갈 거냐?” 츄야는 다자이를 바라보았다. 츄야의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아, 츄야. 내가 잠시 다녀올 곳이 있다네. 여기서 기다리게나!” 다자이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츄야는 다자이를 기다렸다. 다자이가 가버린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한 가지, 츄야가 느낀 게 있었다. 다자이가 무척이나 화가 났다는 것. 화가 났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다자이의 마지막 표정을 봤을 때, 츄야는 그렇게 느꼈다. 츄야가 기다린 지 몇 분 후, 다자이가 볼일을 끝냈는지 돌아왔다.

     “츄야, 놀이공원 가는 것은 어떤가!” 다자이는 츄야에게 달려오더니 놀이공원을 가자고 했다.

     “그러던가. 얼른 가자고.”





     놀이공원에 도착하자마자 평소와는 다르게 츄야가 다자이를 끌고 다녔다. 가장 먼저 롤러코스터를 타러 갔다. 츄야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빙글빙글 도는 것이 상관없지만 다자이는 얼굴이 새파랗게 된 채로 계속 비명을 질렀다. 츄야는 그런 다자이를 힐끗 보더니 피식- 웃고는 다자이의 손을 잡아주었다. 이윽고 롤러코스터가 멈췄고 츄야는 다자이를 끌고 내렸다. 그다음에는 자이로드롭, 귀신의 집 등을 체험했다.

     “어이, 괜찮냐?” 츄야는 쌤통이라는 표정을 지은 채로 말했다.

     “둔한 츄야는 모를 거라네. 으으.”

     “이것보다 더한 짓도 하는 자식이 왜 이러냐.” 츄야는 다자이를 보며 어이없어했다. “아, 이왕 여기 온 김에 몇 개 더 타자.”

    평소였다면 다자이가 츄야를 끌고 다녔겠지만 지금 놀이공원에서는 츄야가 다자이를 끌고 다녔다. 츄야는 이것도 저것도 신기하다면 다자이를 끌고 탔다. 정말 즐거워했다.

     “다자이, 너 이거 써봐라.” 츄야는 다자이에게 동물 머리띠를 여러 개 씌웠다.

     “으음, 잠시만 츄야. 그건 아닌 것 같다네.” 다자이의 머리에는 토끼모자가 씌워져 있었다.

     “여기 누르면 귀가 올라간다는데. 오, 올라간다. 귀엽네.” 츄야는 속마음을 겉으로 말해버렸다.

     “응...? 츄야 방금 뭐랬는가!”

    ​ ‘갑자기 그 말이 왜 나온거야아아아아!’ 츄야는 그 자리를 도망갔다. 다자이는 물론 츄야를 따라 달려갔다. 츄야는 있는 힘껏 뛰다가 멈췄다. 그 자리에 츄러스를 팔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자이는 츄야의 눈이 향한 곳을 보곤 말했다.

     “헤에, 츄야. 저게 먹고 싶은 건가?” 다자이는 방금 샀던 토끼 모자의 귀를 팔랑거리며 물었다.

     “돼.. 됐거든! 그 모자는 왜 쓰고 있는 건데!” 얼굴을 붉힌 채로 소리를 질렀다.

     “츄야가 귀엽다고 했으니까. 그보다 정말로 츄러스 먹고 싶지 않은 건가~?”다자이는 깐죽거리며 말했다.

     츄야는 휙- 뒤로 돌더니 대관람차를 타러 가자고 말했다. 당연하게도 다자이는 츄야를 데리고 대관람차로 향했다. 예상했던 대로 대관람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줄은 정말 길었다. 다자이와 츄야는 줄을 서서 기다렸다.

     “아, 츄야. 나 잠시 다녀올 데가 있으니 기다리게나!”

     이번에도 다자이는 멋대로 갔다. 츄야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가라앉히며 기다렸다. 그렇게 혼자서 몇 분을 기다리니 드디어 다자이가 왔다. 양손에 무언가를 든 채 대관람차를 기다리는 츄야에게로 왔다. 츄야는 다자이의 양손을 보자마자 “윽.”하고 소리를 냈다.

     “츄야가 먹고 싶어 하기에 사 왔다네.” 다자이는 츄야에게 츄러스를 건넸다.

     “... 고맙다.” 츄야는 양손으로 츄러스를 받았다.

     대관람차를 기다리는 동안 둘은 츄러스를 맛있게 먹었다. 다자이는 츄야가 츄러스를 냠냠 먹는 모습을 보며 귀엽다고 느꼈다.





     긴 시간 동안 기다린 끝에 대관람차에 탑승하게 되었다. 다자이와 츄야는 서로를 마주 보게 앉았다. 정확히는 서로의 대각선 방향에 앉았다. 탑승하기 전까지만 해도 둘 사이에 말이 많았는데 대관람차에 탑승하게 되니 둘 사이에 투닥거리는 소리조차 없어졌다. 아주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마치 눈치게임을 하듯 누가 먼저 말을 꺼내게 될지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저녁 즈음되니까 야경이 예쁘지 않냐?” 결국 츄야가 가장 먼저 말을 꺼냈다. 지금 이 눈치게임에서는 먼저 말한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도 츄야는 먼저 말을 했다. “너랑 놀고 있는 게 잘한 걸지도.” 재수 없게도 다자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츄야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사람을 째려보았다. 다자이는 아무 색이 없어 투명한 대관람차 벽으로 계속해서 밖을 보고 있었다.

     “오늘 츄야한테 한 가지 거짓말한 게 있는데. 궁금하지 않은가?” 다자이는 츄야의 말을 무시한 채 자신의 말만 했다.

     “아, 그러셔. 말하든지 말든지.” 츄야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낮에 츄야가 물어봤던 거. 사실은 츄야의 집에서부터 따라왔던 거라네. 그렇게 츄야 뒤를 따라다니다 어떤 놈이 자네의 뒤를 쫓고 다닌다는 걸 알게 되었네.”

     “그거 아쿠타가와 아니었냐?” 츄야는 다자이의 말의 의문을 표했다.

     다자이는 고개를 젓고 이어서 말했다. “츄야가 카페를 나왔을 때, 그 자도 자네를 쫓아서 카페를 나왔다네. 그때 나는 그 자가 자네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쫓아내려 했다네. 그러던 중 이제 막 임무를 시작하던 아쿠타가와 군이 나와 마주쳐서 공원에서 그 자의 처분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지. 그러다 갑자기 츄야가 공원에 왔고 나는 숨었던 거라네.”

     “미처 숨지 못한 아쿠타가와가 나랑 만난 것이다. 이 소리냐? 쯧, 나를 쫓던 새끼 내가 팼어야 했는데.” 츄야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다자이는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면 씩- 웃었다. 그러고는 자세를 고쳐 앉아 츄야를 바라보았다. 때마침 다자이와 츄야가 탄 방이 꼭대기에 거의 다다랐다. 다자이는 말했다. 자신이 중간에 사라졌던 것도 츄야를 쫓는 사람을 처분하기 위해서였다고. 츄야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어서 다자이는 오늘 우리가 지나왔던 코스가 데이트 코스였다고 말했다. 또한 이렇게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 아쿠타가와를 포트 마피아로 돌려보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이게 데이트라는 거. 그 뭐랄까... 연인들끼리 하는 거 말이야.” 츄야는 다자이에게서 고개를 돌린 채 말했다.

     “츄야, 그거 승낙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건가?” 다자이는 입을 손등으로 가리며 말했다.

     “알아서 해. 그리고 어제 네가 나 업었을 때 했던 말 다 들었어... 결론은 뭐, 나도 그렇다고.”

     “앞으로 잘 부탁하겠다네, 츄야.” 앞으로 어디서든 자네를 위해 달려가겠다네.






     이전과는 다른 침묵이 흘렀다.

     츄야의 휴대폰은 다시 열기를 되찾을 것이고 카페에서는 음료를 남기는 일이 없지 않을까. 츄야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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