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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 | orionCOLLABORATION/WRITING 2018. 12. 30. 11:35
눈을 깜빡, 하고 떴다.
마른세수를 하며 부스스 일어났다.
침대에 걸터앉아 아침 햇살을 맞는다. 욱신 아파오는 머리에 다자이는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속이 울렁거려 기분이 편하지 않았다. 무언가가 제 안에서 턱 막혀있는 듯한 거북한 느낌에서 풀려나고 싶었다. 깊은 한숨을 쉬며 혹시 물을 마시면 조금 나아질까, 하며 침대에서 내려가려던 참에 저를 붙잡는 고사리 같은 손.
"..어디 가..."
따스한 홍차 빛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제 옷자락을 꾹 붙잡고 있었다. 아직 잠이 다 깨지 않았는지 비몽사몽한 그의 모습에 푸흐, 하고 작게 웃음이 나와버린다. 비웃지 말라며 툴툴거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다자이는 저도 모르게 그를 품속에 쏙 넣어 꼭 안아버렸다.
"츄야, 내가 그렇게 좋아?"
대답이 없는 나카하라에 응? 하며 다정하게 그의 둥근 이마에 입을 맞춘다. 다자이의 입맞춤에 고개를 든 그는 짜증을 내며 시선을 돌렸다. 그런 그가 귀여워 다자이는 나카하라를 쓰다듬어주며 다정하게 웃어보였다. 나카하라는 부루퉁하게 있다 다자이의 가슴팍에 머리를 묻고 부비적거리다 속삭이듯 작게 말한다.
"..다자이, 너도 나 좋아하잖아."
"...."
순간 멈칫해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응, 많이 좋아해. 다자이는 자신에게 타이르듯 대답했다. 또다시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어 눈을 꾹 감았다. 나카하라는 그저 태연하게 다시 품에 안겨왔다.
"..다자이."
"응?"
아직 잠이 덜 깬 걸까. 아침부터 어리광을 잔뜩 부려오는 나카하라가 입술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저를 올려다보자 다자이는 응, 하며 옅게 입맞춤을 했다. 몇 번 더 짧게 입맞춤을 하고선 서로를 바라보았다. 반쯤 풀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나카하라는 푸스스 웃으며 따스한 눈길로 저를 바라본다.
"사랑해."
다자이의 귓가에 울려 퍼지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 그런 나카하라의 목소리가 편안하다고 생각하며 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나도. 다자이의 대답에 나카하라는 입꼬리를 살짝 올려 예쁘게 웃어보인다.
그의 웃음에, 어째선지 가슴이 조금 아려온다.
"밖에 나가자."
탁자 앞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저에게 그가 말을 걸어왔다. 다자이는 나카하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무릎 위에 앉으라는듯 제 무릎을 툭툭 친다. 그의 행동을 알아보고 다자이에게 총총 걸어가 그의 다리 사이에 풀썩 앉았다. 나카하라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며 뒤에서 꼭 안아주었다. 그가 끼고 있는 실내용 안경을 벗기자 짜증내는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하는 다자이였다. 그의 안경을 쓰자 흐려지는 시야에 눈살을 조금 찌푸렸다. 어느샌가 다자이에게서 자신의 안경을 뺏어든 나카하라가 소매로 안경알을 문질렀다.
"이상한 짓 하지 말고. 밖에 나갔다 오자니까?"
"흐응- 츄야가 가자고 하면 가야지. 근데 갑자기 왜?"
"영화 보고싶은거 있어서."
나카하라의 뒤통수에 얼굴을 부비적대다 쪽, 쪽, 몇번 더 입을 맞추고선 그의 허리와 허벅지를 받히고 안아든다. 잠시 멈칫한 나카하라는 그의 목에 두 팔을 둘러 얌전히 안겨있는다. 다자이는 피식, 웃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 가자, 데이트.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네. 곧 있으면 꽁꽁 싸매고 다녀야겠어."
나카하라가 작게 끄덕였다. 집에서부터 조금 멀리 나와서인지 딸기 같이 붉게 물든 코를 훌쩍이는 나카하라에게 자연스럽게 제 목도리를 벗어 목에 둘러준다. 쭈뼛거리다 목도리에 얼굴을 묻는 나카하라를 보고 키득거리니 입술을 삐죽인다. 그를 가볍게 쓰다듬어주곤 나카하라의 걸음걸이가 뒤쳐지는걸 눈치 채고 아까보다 발걸음을 느리게 한다. 두 사람의 발소리가 천천히 느릿하게 하나로 겹쳐진다. 나란히 걷고 있던 다자이와 나카하라의 손등이 스친다. 다자이의 찬 손이 닿아 나카하라는 흠칫하고 손이 차다고 짜증을 내면서도 다자이의 손과 깍지를 끼고 잡는다. 다자이는 픽 웃고선 나카하라의 손을 맞잡는다. 따듯한 나카하라의 체온이 서늘한 제 손에 천천히 스며드는 감각에 다자이는 미소를 짓는다.
"따뜻하네, 츄야는."
인터넷에서 적극 추천을 하는 영화를 보러갔다. 하지만 예상을 했듯이 별 감흥이 없는 영화였고, 영화를 보고나서 감동적이여였다며, 넌 감정이 매말랐다며, 욕하면서 붉어진 눈가를 소매로 벅벅 닦는 나카하라를 놀리며 점심을 먹고, 카페에 가 나카하라의 어린아이 같은 입맛에 맞춰 달달하고 따뜻한 초코라떼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 금방 저녁이 되었다. 손을 잡고 집에 들어오자 풍기는 따뜻한 온기에 다자이는 몸을 떨며 침대에 달려가 누워버린다.
"일어나 바보야. 씻고 누워."
"츄우야-.. 오늘은 진짜 피곤하니까 좀 봐 줘.."
"언제는 안 피곤한 적이 있었냐, 네놈이. 얼른 일어나!"
다자이의 등을 세게 내려치는 나카하라에 다자이는 뒹굴거리며 앓는 소리를 냈다. 결국 나카하라의 잔소리에 못 이겨 무거운 몸을 겨우 이끌어 씻고 나오자 나카하라가 몸을 둥글게 말아 침대에 잠들어있다. 나한테는 씻고 오라고 했으면서. 잠시 투덜대다가 나카하라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자는거야, 츄야?"
"으응.. 다 씻었냐.."
다자이의 나른한 목소리가 나카하라의 귓가에 닿았는지 나카하라가 작게 움찔했다가 눈을 천천히 떴다. 눈꺼풀을 몇 번 꿈뻑이다 눈가를 부비적거리면서 부스스 일어나는 나카하라를 빤히 보며 다자이는 무언가를 생각하다 나카하를 그대로 덮쳐버린다.
"하?! 미친놈아, 뭄뚱아리 저리 치워!!"
"몸뚱아리라니, 너무해~."
다자이의 돌발적인 행동에 당황해 목 뒤까지 잔뜩 붉어진 나카하라를 제 밑에 가둬 기대고 있는다. 가슴 속 무언가기 간질거리고 기분 좋은 울림이 느껴져 작게 웃음을 띄었다. 저의 밑에서 바둥거리며 주먹을 휘두르는건 간지럽다기보단 고통스럽다고 해야겠지만.
"아야야.. 츄야, 그만 좀 때려.. 자네의 주먹은 진짜 감당 못 하겠어.."
"그럼 나오라고!!"
"자꾸 그러지 말고,"
내 곁에 있어줘. 다자이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카하라의 귓가에 속삭이자 나카하라의 귀 끝이 금방 붉게 물들었다. 그의 귀에 작게 입을 맞추고 쿡쿡 웃었다.
"오늘은 그냥 자자. 내일 아침에 씻어도 되잖아?"
"...한 번만이다."
나카하라의 작은 목소리를 들은 다자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곧 바로 그의 위에서 내려와 옆에 누워 생글 웃어 보였다. 나카하라는 그런 다자이를 보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가 꿈틀대며 그의 품에 안겼다. 서로의 숨소리와 일정한 속도로 뛰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고요하고 평안한 밤이였다. 나카하라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쓸어올려 그의 손과 겹쳐잡았다. 손과 손 틈 사이의 작은 공간까지 메워 나카하라가 아프지 않을 정도로 그의 손을 꼭 쥐었다. 나카하라는 맞잡은 손을 빤히 바라보다가 다자이의 소매를 만지작거렸다.
"츄-야. 뭐 하는거야?"
"으음.. 이거."
별자리 같지 않아?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실타래로 이리저리 무언가를 하다 이내 살며시 웃었다. 나카하라의 손 안에 있는 제 소맷자락을 보니 실들이 묶여 하나의 별 모양이 되어있었다. 별 모양 사이로 보이는 나카하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은하수가 담긴 것 같은, 다자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눈동자였다. 별 모양 사이의 우주가 만들어져 그 속에 빨려들 것만 같았다. 잠시 생각을 하다 싱긋 웃고선 속삭였다.
"나한텐 이게 더 별자리 같은데."
맞잡은 손을 꼭 잡고있다 들어올려 나카하라의 손가락에 다정하게 입을 맞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나카하라는 사과같이 물든 얼굴을 하며 시선을 잠시 피하다가 이내 다자이와 눈을 맞추고는 푸스스 웃는다.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깊고 잔잔한 은하수가 담긴 푸른색 눈동자에, 비단같은 피부와 길고 고운 속눈썹에 다자이는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츄야, 사랑해."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말이 입 밖으로 흘러 나와버렸다. 나카하라는 놀랐는지 눈을 조금 크게 뜨고 있다가 나도, 라며 대답 해주었다. 가슴 속 무언가의 응어리가 조금 더 짙어지는 것 같았다.
나카하라와 함께 평범한 나날들을 보낸다는 것은, 평범한 연인들처럼 별 것 아닌 일상이였지만 매일 매일이 설레고 새롭게 느껴졌다.
아침에 일어나 고개를 숙이면 보이는 낙옆 색 머리칼에 입을 맞추고, 아침식사를 만드는 그를 구경하고, 손을 잡고 밖에 산책을 나가고, 추위에 붉어진 코를 하고 집 앞의 작은 호빵가게에 들러 따뜻한 고기호빵을 사먹고, 함께 침대에 누워 언제나처럼 사랑을 속삭였다. 그저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날이 갈수록 오묘한 감정이 응축된 새카만 무언가가 자꾸만 커져가는 것이였다.
그 날도 평범하디 평범한 나날들 중 하루였다.
하루종일 나카하라를 품 속에 안고 함께 간식거리를 먹으면서 TV를 보고 금세 밤이 되어 침대에 풀썩 누웠다. 오늘따라 말수가 적은 나카하라가 걱정되었다. 손을 더 꼭 잡아주고 품 안에 넣어 온기를 나누었다. 한참동안 정적 속에서 서로의 심장소리를 느끼고 있다가 나카하라와 눈을 맞추었다.
"츄야."
"..."
"사랑해."
나카하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눈꺼풀을 살짝 건들이기라도 하면 눈물이 쏟아나올 것 같은 얼굴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쩔 줄 몰라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나카하라의 표정은, 처음 본 표정이 아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 있다.
"..나도 사랑해. 하지만 이제 돌아가야지? 오사무."
"..그게 무슨 뜻이야?"
"사실 너도 알고 있잖아."
나카하라가 다자이의 얼굴을 쓰다듬어주었다. 잔뜩 굳어있는 혼란스러운 얼굴을 보고 힘이 빠진 웃음을 하고선 그에게 다가가 이마를 약하게 부딪힌다. 슬슬 내가 너무 욕심쟁이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말이야.
"..이제 깨어나, 오사무."
"츄.."
"언제나, 언제나 널 사랑할거야."
마치 작별인사를 하는 것 같은 나카하라의 말에 다자이는 숨을 들이켰다. 이대로는 보내기 싫다고, 저를 떠나 어딜 가는 건지 물으려 한 그 순간 나카하라의 손이 다자이의 눈을 덮어버렸다. 안녕, 오사무.
눈을 떴다.
눈꺼풀이 무거운 걸 보니 몇 주 동안 일어나지 못 했던 것 같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새하얀 벽과 천장이 보였다.팔엔 꽤나 많은 바늘들이 꽂혀있었다. 주변엔 창문 밖 평화로운 풍경이 보였고, 부하들이 놓고간 듯한 갖가지 과일들과 고급형 소파와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저에게 필요한건 모두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빼고.
나카하라 츄야가 없었다.
다자이는 혼자였다.
시야가 흐려지고 손등에 떨어지는 물방울에 눈가를 천천히 문질러보니 눈물이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나카하라는 강한 사람이였다. 그런 사람과 저자신은 사랑하는 사이였다. 아마도. 처음엔 호기심에서 시작해 성욕에서 욕망과 본능으로 변해가 서로를 탐하는 사이가 되었다. 다자이에겐 그랬다. 나카하라는 다자이에게 그저 성욕을 풀이하는 대상이였다. 나카하라도 똑같은 생각이였을 줄 알았다. 하지만 관계를 맺을때마다 저를 놓치기 싫은 것 처럼 꼭 안긴 채로 사랑을 사랑을 속삭였다.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지만 몇 번 그러다 말겠지, 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날이 갈수록 점점 더 저를 보는 시선이 애틋해지고 관계를 맺을때마다 더욱 더 저에게 사랑의 말들을 쏟아내었다. 설마 나카하라가 저에게 불순한 감정을 품었을까 확인을 하려 말을 뱉었다.
'츄야, 나 좋아해?'
저의 말에 나카하라는 눈을 동그랗게 떠 굳은 얼굴로 가만히 서있었다. 역시나 아니겠지. 한숨을 쉬고 몸을 돌리려던 순간 나카하라의 작은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응.'
좋아해. 시선을 휙 돌려 그를 쳐다보니 홍조가 피어오른 얼굴로 입술을 앙 다물고 있었다. 허, 진심인가. 나카하라에게 성큼 다가가 어깨를 세게 움켜쥐었다. 작게 앓는 소리가 났지만 무시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그의 예쁜 마음을 내려쳐버렸다.
'츄야. 정신 차려.'
나카하라의 몸이 떨렸다. 두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만 툭 툭 떨어지며 그 자리에서 올곧이 서있는 그를 내팽겨치고 할 일을 하러 갔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나카하라와 몸을 섞는 일들은 자주 있었다. 한 번은 그에게 물었다. 분명 저는 그를 거부했는데 왜 계속 몸을 섞는 짓을 하는건지. 나카하라는 더운 숨을 고르며 미소를 지었다. 너랑 함께니까. 가슴 속 무언가가 울컥 올라와 그 날은 그를 다소 거칠게 다루었다.
그 다음 날 아침부터 임무를 나갔다. 분명 전날밤의 거친 행위에 허리가 아플 만도 하지만 꿋꿋이 적과 싸우는 나카하라에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적이 생각보다 강한 공격을 해오자 나카하라와 눈을 맞추었다. 동시에 끄덕이고 나카하라는 장갑을 벗어던졌다.
'그대, 음울한 오탁의 허용이여.'
다시금 이 나를 깨우지 말지어다. 오탁을 해제한 나카하라는 아름다웠다. 주변의 모두가 하던 것을 멈추고 그에게만 집중해 바라 볼 정도로 몸짓 하나 하나가 우아하고 화려했다. 다자이가 살면서 본 그 어느 존재보다 아름답고 강했다.
'간부님!!'
방심했다. 나카하라를 보고 넋을 놓고 있다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나카하라가 이미 무리해버린 상태에서 그제서야그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나카하라는 그대로 저를 저 멀리 날려버렸다. 아, 척추 몇 개는 부러졌겠네. 의식을 잃을 정도의 고통을 참고 그에게 다시 달려가 팔목을 잡는다.
'..이능력. 인간실격.'
푸른 빛이 나카하라를 감쌌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점점 아파오는 척추에 허리를 붙잡고 뒤돌려는 순간 나카하라가 풀썩 쓰러졌다. 주변에서 부하들이 소리치며 달려왔지만 다자이에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카하라에게 시선을 돌리니 피에 잔뜩 절여진 몸이 누워 있었다. 아픈 몸을 잊고선 급히 몸을 숙여 나카하라의 어깨를 잡고 몸을 돌린다. 아직 숨이 붙어있다. 츄야, 츄야. 일어나봐. 일어나야지? 여유를 잃은 다자이의 목소리에 나카하라는 눈을 겨우 떴다. 다자이의 볼에 닿으려는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를 놓칠까봐 그의 손을 덥썩 붙잡고 제 뺨에 가져다대었다. 나카하라는 평소의 웃음을 지으며 속삭였다. 나카하라는 이미 거의 한계에 닿았는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다자이에겐 똑똑히 들렸다.
'사랑해.'
나카하라의 손이 툭 떨어졌다. 눈을 편안하게 감고있는 나카하라의 몸을 몇 번 흔들어 보았다. 일어날 생각을 하지도 않는 그에 눈물이 났다. 그의 이름을 계속 중얼거리다가 점점 울부짖음으로 변해 부하들이 저를 잡고 나카하라에게서 떨어트려 놓아야 할 상황이 되었다. 끝까지 나카하라에게 저의 마음을 전해주지 못했다. 계속해서 그의 이름을 울부짖다 흐려지는 정신에 결국 눈을 감아버렸다.
츄야는, 죽었다. 저자신 때문에.
두 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사랑해, 츄야."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목소리가 넓은 병실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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